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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윤석열 징계위 공방
심재철, 윤에 불리한 진술 쏟아내
윤석열측 “사실과 다른 황당한 주장”
류혁 “윤 총장, 감찰 방해는 불가능”
신성식 ‘윤석열은 무혐의’ 기권표

위기가 찾아오면 적과 동지가 드러난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차 검사징계위원회에서 벌어진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행(한국외대 교수)을 필두로 한 징계위원 4명은 윤 총장 측의 위원 기피 신청, 회기 연장 등의 요구를 일축하고 징계 의결을 밀어붙였다. 윤 총장이 신청한 증인 7명 중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전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등 4명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나머지 증인 3명 중 둘은 불출석했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만 출석해 윤 총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파워사다리

“심재철이 윤 총장 보냈다” 얘기 나와

징계위 공방
징계위 공방

가장 주목받은 건 당초 징계위원에 포함됐던 두 검사장급 간부의 엇갈린 입장이다.

16일 새벽 4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결정이 나오자 “심재철이 결국 윤석열을 보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징계위가 직권으로 증인을 채택했다가 막판에 취소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은 윤 총장 징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서면진술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1차 징계위 때 스스로 징계위원을 회피했다.

심 국장은 진술서에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6가지 중 판사 문건과 채널A 수사 방해 등에 대해 윤 총장에게 불리한 주장을 쏟아냈다. 판사 문건에 대해 “문건을 받자마자 격노했다.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라 생각했다”며 “검찰 특수통들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법원을 압박하려는 정보 수집의 일환”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은 물론 한동훈 검사장 등 이른바 ‘윤석열 라인’ 검사들을 저격한 것이다.

심 국장은 한동훈 검사장 관련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에서도 윤 총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심 국장 외에 이정현 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당시 중앙지검 1차장), 김관정 동부지검장(당시 대검 형사부장)도 진술서를 냈다고 한다. 이들 진술서에는 “윤석열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이지,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의 진술서에 사실과 다른 황당한 내용이 많아 반박 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묵살했다”며 억울해했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문건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에게서 보고받은 뒤 이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징계위에 직접 출석한 한 부장은 자신이 판사 문건을 법무부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심 국장이 판사 문건을 한 부장에게 전달한 게 맞다면 심 국장은 ‘윤석열 징계’의 제보자가 된다.

반면에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은 정작 징계 의결 투표에선 기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추미애 라인’ 검사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윤 총장 측은 신 부장이 KBS의 채널A 오보 사건의 유출자로 지목됐다며 기피 신청을 했었다. 정한중 직무대행은 16일 “신 부장은 최종 징계 표결에선 기권했고 윤 총장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 6가지에 대해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신 부장은 8시간가량 이어진 징계위 증인심문에서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정한중 직무대행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주로 의견을 밝혔고 신 부장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만 지켰다”고 전했다. 정 직무대행도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는 저와 이용구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가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총원 7명 중 3명이 윤 총장의 6개 징계 청구 사유 중 판사 문건 작성과 채널A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성 의심 등 4가지 사유를 인정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징계위원 중 윤 총장의 해임을 건의한 위원은 없었다고 한다.

징계위에 참석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도 윤 총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류 감찰관은 “윤 총장의 징계 청구에 대해 박은정 감찰담당관으로부터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며 “징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했다. 이 같은 류 감찰관의 진술은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감찰 방해’가 빠지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찰관은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인정된 판사 문건에 대해서도 “죄가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정화 검사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정한중 “윤 총장 공헌 인정해 정직 2개월”

정 직무대행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직 2개월은) 지금까지 윤 총장의 공헌과 징계를 둘러싼 국민의 분열, 그리고 윤 총장의 징계 혐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윤 총장의 ‘공헌’이란 적폐청산 등 윤 총장이 주도한 지난 보수 정권 수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 직무대행은 “윤 총장의 남은 임기도 생각했다”며 “이번 일을 맡은 것이 솔직히 후회도 된다. 그래도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 총장 징계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여당과의 교감은 없었다”며 “이 점을 제일 강조하고 싶고 불법도 없었다”고 반복해 말했다. 징계위 절차를 새벽에 마무리한 데 대해선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고 윤 총장 측이 너무 시간을 끌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태인·강광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온라인 ‘당근마켓’에 잇단 매물

“바닐라 맛 업소용(5L) 아이스크림 5000원에 팝니다.” “카페에서 쓰던 물컵 개당 500원에 팔아요. 조각 케이크 담는 상자 10개 2500원, 13온스 종이컵 15개 500원, 플라스틱 컵 반투명 뚜껑 100개 2000원입니다.”

16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정리하며 올린 물건들이다. 당근마켓은 판매자가 물건 사진과 가격을 올리면, GPS 위치 기반으로 이웃에 사는 사람들에게 노출돼 거래를 중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요즘 이곳엔 ‘코로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남은 식재료와 컵 등 일회용품과 가게를 꾸몄던 자잘한 소품들까지 올리고 있다.파워사다리

16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사장 이모(37)씨는 가게에 걸려 있던 노란색 원형 거울을 당근마켓을 통해 팔았다. 가로세로 50㎝인 거울 값으로 받은 돈은 5000원 지폐 한 장. 이씨는 지난 10월 말부터 가게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당근마켓에 올리기 시작했다. 머그컵 10개는 5000원, 바리스타들이 쓰던 앞치마는 8000원, 진동벨은 8만5000원에 팔았다. 2년 전부터 직원을 쓰지 않고 혼자 카페를 운영한 이씨는 직원들이 이용하던 출퇴근 기록기도 4만5000원에 팔았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80~90% 줄었다”며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중고 거래로 근근이 버텨봤지만 이젠 완전히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은 음료 한 잔도 못 팔았다”며 “이번 주를 끝으로 6년간 운영해온 카페의 문을 닫는다”고 했다.

소품을 팔아 ‘푼돈’이라도 남겨보려는 자영업자는 이씨만이 아니다. 16일 이 앱에 들어가 ‘업소용’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봤다. 커피머신·냉장고·그라인더 등 카페용 가전, 깔끔한 의자와 테이블, 일회용 수저와 종이컵 등 식당 집기가 죽 떠올랐다. 마포구 망원동에서 카페를 정리했다는 판매자는 플라스틱 물컵을 개당 500원, 얼그레이·카모마일 티백 20개는 1만원, 소스를 담는 병은 1000원에 팔고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4개월간 운영하던 카페를 접는다는 다른 판매자는 “인테리어용으로 과일을 담아 두면 예쁘다”며 가게에서 쓰던 철제 바구니 4개를 1만원에 내놓았다.

이 카페 주인은 “요즘 폐업하는 가게들이 얼마나 많은지 폐업 처리 업체에 맡기면 아예 수거를 거부하거나 고철 값만 주는 경우가 많다”며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중고 거래에 나섰다”고 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인터넷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지난달 12일 “코로나 때문에 식당을 폐업하는데, 폐업 처리 업체에 팔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느냐”는 글이 올라오자 “‘값’ 받는다. 연식 오래된 집기는 도리어 수거비를 달라고도 한다. 상처에 고추장 바르는 격”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일당 번다는 생각으로 당근마켓에 일일이 판매하는 게 낫다”는 댓글이 달렸다.

올해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은 통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올린 서울 지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에 불과했다.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공 데이터 포털’에 올린 전국 17시·도의 상가·상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에만 전국에서 10만3943개 상가 점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142개꼴로 자영업자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왼쪽 사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왼쪽 사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가한 자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추 장관이 과연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물러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여당은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추 장관을 치켜세웠지만 야당은 “4전 4패 ‘무법 장관’의 예정된 종착역”이라고 지적했다.파워볼사이트

○ 상수 된 추 장관의 퇴진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의 추 장관 사의 수용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정만호 대통령소통수석비서관을 통해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만큼 추 장관의 사퇴는 상수(常數)가 됐다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을 압박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 이 사태까지 번진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벌써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등이 거론된다.

관건은 추 장관의 사퇴 시점이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한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과정에 따라 추 장관의 거취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초 공수처 출범 이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각에선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 입장을 밝힌 것이 추 장관 사퇴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총장이 추 장관과의 동반 사퇴를 거부하면서 추 장관이 검찰의 반발을 진압하는 역할을 마친 뒤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내년 1월로 예상되는 검찰 간부 인사까지 단행한 뒤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반발한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를 마무리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두 달의 윤 총장 정직 기간에 직무대행을 맡게 되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자리에 관심이 쏠린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를 발표하자 재고를 요청한 데 이어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 의혹에 대한 ‘역(逆)수사’를 지시하며 추 장관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검찰 안팎에선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 자리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승진·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與 “존경 표해” vs 野 “토사구팽인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윤 총장에게 날을 세우면서도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민주당에선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치켜세웠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개혁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오고 공수처 출범과 검찰개혁에 큰 성과를 남긴 결단에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놀랍고 안타깝고 아프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법적 쟁송을 하겠다는 검찰총장과 정무적 책임을 지겠다는 법무부 장관의 대조적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면허 주고 무법장관이 운전한 ‘법치파괴’ 폭주기관차가 자폭을 선언했다”며 “‘윤석열 쫓아내기’ 징계를 내려놓고 장관 사퇴는 왜 시키나. 할 일을 다 했으니 함께 쫓아내는 토사구팽인가, (윤 총장) 동반사퇴 압박하는 물귀신작전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시를 인용하며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이어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차기 대선 등 추후 정치적 행보를 겨냥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말도 나온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황성호·유성열 기자ⓒ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주비정규직지원센터 실태조사 결과 
청소 노동자 53% “지하 휴게실” 고통 호소

경기도 파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 내 경비근로자 휴게실. 비좁은 내부에 전자렌지 등 조리 기구 옆으로 화장실 변기가 설치돼 있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경기도 파주지역 한 아파트 단지 내 경비근로자 휴게실. 비좁은 내부에 전자렌지 등 조리 기구 옆으로 화장실 변기가 설치돼 있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악취는 기본이고, 쥐들까지 나타나 휴식시간이 오히려 고통스러울 지경이에요.”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 아파트의 7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는 “나이 많은 여성들이 견디기 힘든 지하 휴게실의 열악한 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점심을 먹기 위해 매일 찾는 휴게실은 지하 주차장 한 켠에 패넬로 임시 벽을 만든 가건물이다. 6.6㎡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 환기시설도 없어 습하고 쾨쾨한 냄새도 난다.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 옆 철문을 지나 지하 계단으로 내려 가니, 지름이 30㎝나 되는 오수관 등이 어지럽게 연결된 방이 있었다. 시멘트 벽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바닥엔 각종 오염수가 흘러가는 배수로도 보였다. 환기시설은커녕 소방장비도 없었다. 한눈에 봐도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 노동자 휴게실. 시멘트 벽면이 그대로 보이고 배관이 지나는 지하 공간에 낡은 가재도구 등이 놓여 있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 노동자 휴게실. 시멘트 벽면이 그대로 보이고 배관이 지나는 지하 공간에 낡은 가재도구 등이 놓여 있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60대 청소노동자 B씨는 “햇빛도 안 들고 환기도 안 돼 냄새가 심하고, 각종 배관에서 나오는 소음 탓에 휴식은커녕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곤욕”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아파트) 청소노동자의 상당수가 여전히 열악한 지하 공간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태는 파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12일 내놓은 ‘파주 아파트 경비·청소 노동자 노동 실태 조사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번 조사는 파주의 132개 아파트 단지 경비·청소 노동자 41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청소 노동자 53%는 지하에 휴게공간이 있다고 답했다. 아예 없는 경우도 3%나 됐다. 지하 휴게실은 주차장 짜투리 공간이나 기계 설비실, 전기 배전실 등에 패넬로 벽을 세워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바닥엔 전기장판이나 돗자리 등이 깔려 있고, 중고 식탁과 소파 등이 놓여 있다. 휴게실이 전기 배전실 등에 설치되면서 노동자의 안전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 노동자 지하 휴게실. 오수관 등 각종 배관이 어지럽게 연결된 천장 아래로 노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식탁이 보인다. 이종구 기자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 노동자 지하 휴게실. 오수관 등 각종 배관이 어지럽게 연결된 천장 아래로 노동자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식탁이 보인다. 이종구 기자

조사 과정에서 한 노동자는 “지하실에 휘발성 화합물질이 쌓여 있어 코를 찌르는 냄새 탓에 머리가 아프고 피부도 따가울 정도”라고 말했다.

경비노동자 휴게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휴게공간이 지하에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청소노동자보다 적은 31%였지만, 경비초소 한쪽을 휴게실로 쓰다 보니 공간이 비좁은 사례가 많았다. 심지어는 전자레인지 등 조리기구 옆으로 화장실 변기가 설치돼 있어 변기 옆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휴게실도 2곳이나 있었다.

전문가들은 실태조사가 이뤄진 파주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아파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재희 파주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실은 설치 의무만 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어 법 개정을 통해 세부규칙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노동자 권익을 존중하는 입주민들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도 취한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파주의 한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도 취한다. 파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제공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만에 다시 1000명을 넘어서며 최다 기록을 경신하면서 정부는 ‘3단계’ 격상을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78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3일 1030명을 뛰어 넘는 최대 규모다. 신규 확진자 수 기준으로만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에 해당된다. 3단계 격상 기준은 전국 주 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 수준에서 두 배로 급격한 환자 증가가 있을 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확진자가 줄지 않는 이유를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이 청원은 이날 오전 3시 현재 1135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이 글의 청원인은 “지난 9월, 그리고 11월부터 다시 시작된 숫자 놀이 방역 지침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나”라며 “자영업자의 뼈와 살을 갈아 넣은 이 방역 지침의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청원인은 이어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그 이유를 정부만 모르나”라며 “노래방, 클럽, 카페 단속하면 젊은층 무서워 벌벌 떨고 집에 틀어박혀 있을 줄 알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롯X데리아, 맥X날드, 버X킹 등 패스트푸드 점에 모이고 자취방, 모텔에 모이고 연말 파티룸에 모이고 스키장 시즌방에 모이고 스터디카페에 모이는데 2단계, 2.5단계가 다 무슨 소용 입니까”라고 했다.

그는 또한 “핀셋방역이 아니라 행정 조차 제대로 분류하지 않아 생긴 7,80년대 학생주임 단속과 다를 바 없다”며 “정부에서 말하는 핀셋에 걸린 자영업자들은 영혼까지 털어가며 피흘리며 버티고 있는데 정부의 학생주임 같은 지침으로 빠져나간 업종들은 풍선효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꼬집았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고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그 다음은 임대사업자, 그 다음은 금융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12월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며 백신, 치료제가 나와도 이미 무너진 자영업자로 인한 부채와 신용불량자들의 고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며 “지금이라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외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모두 폐쇄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이슈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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